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남의 사이트를 긁어 오거나, 로그인 과정을 흉내 내거나, 서버 응답을 분석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선을 어디서 넘으면 법적 문제가 되는지 한 번쯤은 알아 둘 필요가 있어서, 해킹에 적용되던 법 조항과 형량을 표로 모아 둔 자료입니다.
먼저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아래 표는 1990년대 후반 기준 자료입니다. 표에 나오는 "전산망 보급 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이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흔히 정보통신망법)로 바뀌었고,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도 지금은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통합됐습니다. 다른 법률도 개정을 여러 번 거쳤으니 조문 번호와 형량은 당시 기준으로만 보시고, 실제로 따져 봐야 할 일이 있으면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현행 조문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도 "어떤 행위가 어떤 죄로 묶이는지"를 감 잡는 데는 지금도 쓸모가 있습니다.
형법 (법률 제5057호)
형법 쪽은 전자기록을 조작하거나, 컴퓨터를 망가뜨려 업무를 막거나, 남의 전자기록을 몰래 들여다보는 행위를 각각 별도 조항으로 다룹니다. 공문서 성격의 기록(공전자기록)이냐 개인·회사 기록(사전자기록)이냐에 따라 형량이 갈리는 게 눈에 띕니다.
| 구분 | 법률조항 | 처벌형량 |
|---|---|---|
| 데이터 부정조작·변조 | 제227조의 2(공전자기록등 위작·변작) | 10년 이하의 징역 |
| 데이터 부정조작·변조 | 제228조(공전자기록 등 부실기재)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 데이터 부정조작·변조 | 제229조(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 10년 이하의 징역 |
| 데이터 부정조작·변조 | 제234조(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 데이터 부정조작·변조 | 제232조의 2(사전자기록위작·변작)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 업무방해 | 제314조 제2항(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
| 비밀침해 | 제140조 제3항(공무상비밀전자기록등 내용탐지)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
| 비밀침해 | 제316조 제2항(전자기록등내용탐지) |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
| 전자기록 손괴 및 은닉 | 제366조(전자기록등손괴)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
| 전자기록 손괴 및 은닉 | 제141조 제1항(공용전자기록등손상) |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 컴퓨터 사기 | 제347조의 2(컴퓨터등사용사기)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
개발자 입장에서 흔히 간과하는 게 제314조 제2항입니다. 데이터를 훔치지 않았더라도 요청을 과하게 보내 서버를 멈추게 하면 업무방해가 될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크롤러를 돌릴 때 요청 간격을 두라는 말이 예의 차원만은 아닙니다.
특별법 쪽 조항
| 법률 | 구분 | 법률조항 | 처벌형량 |
|---|---|---|---|
| 전산망 보급 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5219호) | 전산망 보호조치 침해·훼손 | 제30조의 2(벌칙)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 전산망 보급 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5219호) | 전자문서 위작·변작·행사 | 제29조 제1항(벌칙)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
| 전기통신 사업법 (제5220호) | 통신비밀침해·누설 | 제70조 제4호(벌칙)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제4734호) | 개인정보 변경·말소 | 제23조 제1항(벌칙) | 10년 이하의 징역 |
|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제4734호) | 개인정보 누설·처리·제공 | 제23조 제2항(벌칙)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제4734호) |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 열람·제공 | 제23조 제3항(벌칙) |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
|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4866호) | 신용정보 변경·검색·삭제 | 제32조 제11호(벌칙)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 공업 및 에너지 기술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제5281호) | 산업정보 위조·변조 | 제22조 제1항(벌칙)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
| 공업 및 에너지 기술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제5281호) | 산업정보 훼손·비밀침해 | 제22조 제2항 제1호(벌칙)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
| 무역업무 자동화 촉진에 관한 법률 (제5220호) | 무역정보 위조·변조 | 제25조 제1항(벌칙) |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
| 무역업무 자동화 촉진에 관한 법률 (제5220호) | 무역정보 훼손·비밀침해 | 제26조 제3호(벌칙)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
| 화물유통 촉진법 (제5160호) | 물류정보 위조·변조 | 제54조의 2(벌칙)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
| 화물유통 촉진법 (제5160호) | 물류정보 훼손·비밀침해 | 제54조의 3(벌칙)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
| 화물유통 촉진법 (제5160호) | 전산망 보호조치의 침해·훼손 | 제54조의 4(벌칙)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형법보다 특별법 쪽 벌금 상한이 훨씬 높은 편입니다. 산업정보, 무역정보, 물류정보처럼 분야별 전산망을 따로 보호하는 법이 있었고, 같은 행위라도 어느 시스템을 건드렸느냐에 따라 적용 법이 달라졌습니다.
실제로 처벌된 사례 (1996~1997년)
| 구분 | 내용 | 적용 조항 |
|---|---|---|
| 전산망 보호조치 침해 및 데이터 부정·조작 등 | 1996년 1월, 단말기로 인터넷에 접속해 전국 17개 대학·기업체 전산망에 침입하고 한 조선소 전산망의 패스워드 파일을 조작해 기밀자료를 열람하는 등 270여 차례 침입한 고등학생 K군(17) 구속 | 형법 제232조의 2 등 |
| 전산망 보호조치 침해(단순침입) 등 | 1996년 4월, 한 전산망 홈페이지에 문구를 입력하려다 미수에 그친 자동차 정비공 c군(19) 구속 | 전산망법 제30조의 2 등 |
| 전산망 보호조치 침해 및 전자기록 파괴 등 | 1996년 5월, 두 대학 전산시스템에 침투해 자료를 파괴한 대학생 n군(20) 등 2명 구속 | 형법 제366조 등 |
| 컴퓨터 사용 사기 등 | 1996년 11월, 유령 카드회사를 차려 가맹점 개설 의뢰인의 계좌번호·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홈뱅킹으로 270만원을 자기 계좌로 옮긴 c씨(38) 구속 | 형법 제347조의 2 등 |
| 전산망 보호조치 침해, 전자기록 파괴 및 업무방해 등 | 1997년 2월, 무료 PC통신망에 침입해 사용자 4만여 명이 1년 7개월간 올린 게시판·전자우편 자료의 80%를 삭제한 중학생 k군(15) 구속 | 전산망법 제30조의 2 등 |
| 전산망 보호조치 침해, 컴퓨터 장애 및 업무방해 등 | 1997년 5월, 통신망 사업자 시스템에 침입해 가입자 2만 4천여 명의 비밀번호 파일을 빼내고 운영 프로그램을 망가뜨려 인터넷 서비스를 6시간 멈추게 한 대학생 k군(19) 구속 | 형법 제314조 제2항 등 |
| 컴퓨터 장애 및 업무방해 등 | 1997년 8월, 메일 폭탄으로 통신망 사업자의 메일 시스템을 마비시킨 고등학생 2명 구속 | 형법 제314조 제2항 등 |
| 전산망 보호조치 침해 및 비밀침해 등 | 1997년 8월, 인터넷으로 익힌 기법으로 PC통신 서버 최고관리자 권한을 얻어 가입자 1만 6천여 명의 비밀번호가 든 섀도 파일을 빼내는 등 대학 전산망 14개·상업망 2개를 해킹한 대학생 k군(20) 구속 | 전산망법 제30조의 2 등 |
사례를 보면 실제로 돈을 빼돌린 경우만 처벌된 게 아닙니다. 홈페이지 문구를 바꾸려다 실패한 미수 건도, 메일을 대량으로 보내 시스템을 멈춘 건도 구속까지 갔습니다. 피의자 상당수가 10대였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 "호기심에 들어가 본 것"이라는 해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줍니다.
실무에서 기억해 둘 기준은 단순합니다. 권한 없이 남의 시스템에 들어가는 것, 남의 데이터를 바꾸거나 지우는 것, 과도한 요청으로 서비스를 방해하는 것. 이 세 가지는 의도와 상관없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대상 서비스의 이용약관과 공식 API 제공 여부부터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