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글에서 정량펌프 아이디어를 정리했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부품을 사서 납땜하고 케이스에 넣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목적은 단순합니다. 오일 같은 액체를 정해진 양만큼 반복해서 덜어내는 작업을 사람 손 대신 펌프에 맡기는 것. 키패드로 양을 입력하면 FND에 숫자가 뜨고, MCU가 펌프를 정해진 시간만큼 돌리는 구조입니다.
들어간 부품
부품은 전부 온라인으로 구했습니다.


사진에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3자리 FND
- 12V 다이아프램 펌프
- NE555 PWM 모터 속도조절 모듈
- ATmega128 개발 키트(모듈)
- 3 x 4 키패드
다이아프램 펌프는 자흡이 되고 오일처럼 점도가 있는 액체도 무난하게 보내는 편이라 이런 소분 장치에 많이 쓰입니다. 정량을 맞추는 장치에서는 펌프가 멈춘 뒤 호스 끝에서 흘러내리는 양도 오차가 되니, 토출구 높이와 호스 길이도 미리 생각해 두는 게 좋습니다.
NE555 모듈을 MCU가 제어하도록 개조하기
모터 속도 조절은 NE555 기반 PWM 모듈을 그대로 사다 썼습니다. 직접 회로를 짜서 납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완성 모듈 값이 워낙 싸서 시간 들여 만드는 쪽이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듈이 원래 볼륨만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켜고 끄는 건 따로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뒷면 패턴을 따라가 보고, MCU 출력으로 동작을 끊고 켤 수 있게 패턴 일부를 끊은 뒤 풀다운 저항을 달았습니다. 풀다운을 빼먹으면 MCU가 부팅하는 짧은 순간이나 핀이 떠 있는 상태에서 펌프가 멋대로 돌 수 있습니다. 액체를 다루는 장치라 이 부분은 꼭 챙겨야 합니다.

전원은 12V 하나로 통일하고, MCU 키트에 들어갈 5V는 7805 레귤레이터를 NE555 보드에 붙여서 뽑았습니다. 어댑터를 두 개 쓰지 않아도 되니 케이스 안이 훨씬 깔끔해집니다.



FND 보드와 키패드 연결
다음은 표시부입니다. 3자리 FND에는 세그먼트 쪽 핀마다 전류 제한 저항을 달고 COM 핀에는 저항을 달지 않았습니다. COM은 대신 드라이브 TR로 스위칭합니다. 세 자리를 동시에 켜는 게 아니라 빠르게 번갈아 켜는 다이나믹 구동이라, COM 쪽에 흐르는 전류를 MCU 핀이 직접 감당하지 않게 하려는 겁니다.






FND 보드를 ATmega128 모듈에 연결합니다. 선이 사방으로 뻗어 있어서 모양새는 영 엉성하지만, 시제품 단계에서는 배선을 바꾸기 쉬운 쪽이 낫습니다.


3 x 4 키패드도 같은 MCU 모듈에 물립니다. 행 4개, 열 3개라 핀 7개면 됩니다.



3세트 완성과 케이싱
같은 작업을 반복해서 총 3세트를 만들었습니다. 하나를 끝까지 만들어 동작을 확인한 다음에 나머지를 찍어내는 순서가 덜 고생스럽습니다. 처음부터 세 개를 동시에 하면 실수도 세 배가 됩니다.

케이스는 다이소에서 산 1,000원짜리 락앤락 밀폐용기입니다. 플라스틱이라 드릴로 구멍 내기 쉽고, 뚜껑이 있어서 오일이 튀어도 회로까지 잘 안 들어갑니다.

볼륨과 모터를 단단히 고정하고, 12V 5A SMPS 어댑터도 케이스 안에 같이 넣었습니다. 펌프는 돌 때 진동이 꽤 있어서 고정이 헐거우면 배선이 빠지기 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오일을 펌핑해 봤습니다.

동작 영상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고, 매일 소분 작업을 하시는 분들 반응도 좋았습니다. 펌프 방식 정량기는 액체 점도나 호스 길이에 따라 같은 시간을 돌려도 나오는 양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액체를 바꿀 때마다 몇 번 덜어 보고 무게를 재서 시간 값을 다시 맞추는 보정 과정을 거치는 게 좋습니다.